[서길원 대기자와 함께 읽는 詩] 최고와 최악의 순간 서길원 大記者 sgw3131@hanmail.net

2025년 04월 23일(수) 16:48

박노해 시인(1957년생, 본명 박기평) 전남 함평 출신으로 일반적 등단 과정을 거치지 않고 1984년 시집 ‘노동의 새벽’을 펴냄으로 등단.

<함께 읽기49> 시행 하나하나가 잠언(가르쳐서 훈계하는 내용의 시) 같은 느낌을 주는 시라 하겠다. 그 시행을 나열해 보자.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 "절정의 시간은 짧다 / 최악의 시간도 짧다", "긴 호흡으로 보면 / 좋을 때도 순간이고 어려울 때도 순간일 것을". "삶은 동그란 길을 돌아나가는 것",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읽고 나니 ‘동그란 길’의 의미를 대충 알겠다.

지구가 둥글어 어느 지역에 해 뜨면 다른 지역에선 해가 지듯이 우리네 삶도 그렇다는 걸. 살다 보면 막힘없이 확 뚫린 탄탄대로의 길을 걸을 때도 있지만, 곧 끝나고 도저히 헤쳐나가기 험난한 길이 나타나기도 한다. 살다보면 땀을 뻘뻘 흘리며 정상을 향해 달려 누구나 부러워하는 성공의 기쁨을 누리기도 하지만, 한순간 나락으로 빠져 헤어나올 수 없을 때도 있다.

살다 보면 내가 기뻐할 때 저쪽 누군가는 울고, 저쪽 누군가가 함박웃음 터뜨릴 때 나는 목청 찢어지게 곡(哭)을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렇게 우리네 삶은 동그랗게 돌고 돈다. 지구만 도는 게 아니라 늘 행복만, 늘 기쁨만, 늘 만족함을 얻는 게 아니라, 행복하다고 여기는 순간 불행은 내 방 문턱을 넘고, 기쁨의 샴페인을 터뜨리려는데 갑자기 마(魔)가 끼어 망치기도 한다.

그래서 시인은 “삶은 최고와 최악의 순간들을 지나 / 유장한 능선을 오르내리며 가는 것”이라 했다. 최고와 최악의 순간, 다들 최고의 순간만 기대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아니 그러면 삶이 재미있었을까? 필자가 가장 주목한 시행은 "어떤 경우에도 인간의 위엄을 잃지 마라"이다. '인간의 위엄', 무슨 뜻일까?

인간다운 존엄성을 잃지 않는 삶, 말로는 쉬우나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운 일. 남의 아픔을 걱정하며, 이웃의 기쁨에 동참하며, 가진 것 나누며, 약자를 배려하는 삶, 오늘만이라도 우리 모두 동그랗게 살아보자. ‘동그란 언어’를 서로 나누며.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은 나에게 참 소중한 사람입니다". 라고...